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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마디만 해두고자 한다. 오늘날 역사의 이념을 조소하는 포스트모더니스트의 대부분은 일찍이 '구성적 이념'을 믿었던 마르크스=레닌주의자이고, 그와 같은 이념에 상처를 입고 이념 일반을 부정한 후 시니시즘이나 니힐리즘으로 도망친 자들이다. 그들은 사회주의는 환상이다, 거대서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세계자본주의가 초래하는 비참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할 리가 없다. 현실적으로 1980년대 이후 세계자본주의의 중심부에서 포스트모던한 지식인이 이념을 조소하고 있는 사이, 주변부나 저변부에서는 종교적 원리주의가 확대되었다. 적어도 거기에는 자본주의와 국가를 넘어서려는 지향과 실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신의 나라'를 실현하기는커녕 성직자=교회국가의 지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진자본주의국의 지식인에게 그것을 조소할 자격은 없다."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336-7


물론 이 책 자체가 전반적으로 훌륭하지만 그 중에서도 감정을 울리는 부분. 올해 들어 읽은 글들 중 두 번째로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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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2. 19. 20:38

2월 19일 일상2013. 2. 19. 20:38

 
1월과 2월을 가득 채웠던,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내 안의 '바람'같은 것이 많이 사그러들었다. 여러모로 들떠있던 감정들이 가라앉았다. 덕분에 주위의 상황들과 내 기분을 조금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포기해야 하는 것은 빨리 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대부분 그렇지 못하지만) 자학이 심해져서 괴롭다.

냉정해진 건 다행이다만, 2월까지만 마시려고 했던 술은 3월에도 4월에도 마시게 될 것 같다. 거기에 아무 근거는 없다. 그냥 그렇게 느꼈다.

+

이 정도면 분에 넘치게 사랑받고 사는데 왜 나는 이렇게도 자존감이라고는 없을까. 한 걸음만 잘못 디디면 금새 외골수의 감옥에 갇혀버린다. 외부 세계와 맞닿는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반대의 날들이 또 금방 찾아올 걸 알지만 오늘은 버텨야 한다. 잠들 때까지만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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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2. 18. 01:37

2013년 2월 18일 일상2013. 2. 18. 01:37


대학원이든 어디든 글 쓰는 걸로 평가받는 사람들이 전부 마조히스트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게 신기하고 이상하다. 다들 안 부끄럽나? 나는 내가 쓴 문장 하나만 봐도 땅 속으로 꺼지고 싶은데. 심할 때는 단어 하나도 못 골라서 한 문장 쓰는 데도 엄청 오래 걸린다. 완벽주의 같은 건 아닌 거 같은데. 완벽주의자라면 여태 이 따위로 해왔을 리 없지. 어쩌면 이게 모두들 거치는 초보 단계일지도.


+


허세고 거짓말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책에 페티쉬를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서점 도서관 출판사에 끌리고 출판마을 이름만 들어도 꿈나라일 것 같다. 내 책이 동생 방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편하고, 그것들을 내 방으로 가져와 내 공간 안에 소유하려는 욕망은 마치 내 남자를 독점하려는 질투심과 거의 같은 정도다. 정말 마음에 드는 글은 문자 그대로 섹시하다고 느낀다. 좋은 글을 읽을 때 느끼는 오르가즘과 육체적 오르가즘 중에 택하라면 전자를 택하겠다. 실제로 그 두 가지가 나한테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아 근데 이렇게까지 쓰니까 그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에서 주인공인지가 도쿄타워와 섹스하던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좀 그렇긴 하네...


+


솔직히 의심은 간다. 특유의 공통된 레토릭, 편협성, 자기방어. 그런 것들을 불편해하는 내가 편향된 건지에 대해, 여기서 중심을 잡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겠다.


+


새로이 유입되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균형잡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덜 필요한 걸 쳐내는 것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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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2. 13. 03:23

2013년 2월 12일의 밤 일상2013. 2. 13. 03:23


내가 원하는 것은

너와 숨바꼭질을 하고,

너에게 내 옷을 주고,

네 신발이 맘에 든다고 말하고,

네가 샤워할 때 계단에 앉아 있고,

네 목을 마사지해주고, 네 발에 키스하고,

네 손을 잡고, 함께 무언가를 먹으러 나가고,

내 접시까지 먹어치운다고 화내지 않고,

바에서 만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얘기하고,

네가 저지른 바보같은 행동을 비웃어주고,

내가 즐겨 듣는 테이프를 주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재미없는 영화들도 보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불평하고,

네가 잠잘 때 사진을 찍고,

너한테 커피와 빵을 가져다주러 일어나고,

밤 12시에 커피를 마시러 플로렌스에 가고,

네게서 담배를 훔치고, 성냥이 없을 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전날 저녁에 본 TV프로그램을 얘기해 주고,

널 안과에 데려가고,

네 농담에 웃지 않고,

이른 아침에 너를 원하지만 네가 더 잘 수 있도록 깨우지 않고,

네 등에 입맞추고, 네 피부를 어루만지고,

네 머리카락과 눈과 입술과 목과 가슴과 엉덩이를

내가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있는지 말하고,

네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담배를 피우면서 기다리고,

네가 늦으면 걱정하고, 일찍 오면 깜짝 놀라고,

너한테 해바라기를 주고,

네 파티에 가고, 쓰러질 때까지 춤추고,

내가 틀렸을 때 사과하고, 날 용서해주면 기뻐하고,

네 사진을 보고, 너를 옛날부터 알지 못했던 것을 슬퍼하고,

귀에 네 목소리가 들리고, 네 피부의 감촉을 느끼고,

네가 참 멋지다고 말하고, 네가 무서워하면 꼭 안아주고,

누군가가 너를 다치게 하면 널 감싸주고,

네 향기를 느낄 때 너를 원하고,

네가 옆에 있거나 멀리 있거나 하면

어린아이처럼 훌쩍거리며 울고,

네 가슴이 침으로 젖고, 밤중에 널 부드럽게 만져주고,

네가 이불을 다 가져가면 떨고,

가져가지 않으면 열기에 숨이 막히고,

네가 미소지으면 황홀해지고,

네가 소리내어 웃으면 행복해지고,

왜 내가 널 버릴 거라고 생각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네가 정말 누구일까 생각에 잠기고,

하지만 그대로의 널 받아들이고,

너에게 시를 써주고,

왜 네가 나를 믿지 않는지 생각하고,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깊은 사랑을 느끼고,

네가 나보다 더 좋아해서 내가 질투하게 될

작은 고양이를 사주고,

네가 나가야 할 땐 침대 속에서 너를 붙잡고,

그러다 결국 네가 가버리면 어린아이처럼 울고, 

네가 원치 않는 선물들을 사주고,

그걸 가게로 도로 가져다주고,

난 계속 새로 청혼하고, 네가 원하는 것을 원하고,

너한테 나의 제일 나쁜 점들을 이야기하고,

너는 그만큼 소중하니까 내 안에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을 주고,

난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네 질문들에 대답하고,

내가 전혀 원하지 않을 때 너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네가 바라는 것을 알기에 솔직하게 행동하고,

네가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네 인생에서 나를 완전히 버리기 전에

짧은 그 10분 동안 너를 붙잡고,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고,

너를 배우는 게 좋아서 더 가까이 있을 수 있게 노력하고,

그만큼 노력할 가치가 있기에

서툰 독일어로, 그보다 더 서툰 히브리어로 너에게 말하고,

새벽 3시에 너와 사랑을 나누고,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기적처럼

감히 저항할 수 없는

평생의

강렬한

조건 없이 모든 것을 받아 들이는

심장이 터질 듯하고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끝없이

영원히 지속될

사랑을

너에게 느끼고 있다고

조금이라도

말하는 것이다.

 


                                           사라 케인(Sarah Kane), '갈망(Crave)' 중에서



+


잠이 안 와서 예전 싸이 다이어리를 차례차례 본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일기글 많이 써놓아서 다행이다. 지나니 추억이구나. 뭐 조금은 울어도 괜찮다.


해마다 문체가 달라지는 게 신기하다. 재작년에 내 영혼은 한껏 썩어 있었고, 작년에는 바닥까지 침잠했으며, 지금은 건조하다. 분명히 최악의 상태에서는 회복했고 그건 다행이지만, 뭔가 아주 중요한 생기를 잃은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게 이런 거구나.

때문에 그 때 썼던 종류의 글들은 이제는 다시 못 쓸 거라는 확신이 든다. 이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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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한자 읽을 줄 몰라서 남자분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나가사와? 곡 이름도 모르겠네.

어디서 다운받았는지 까먹었는데 아주 좋아하는 영상. 애증의 시이나 링고 한참 안 들었는데 요즘 다시 듣고 있다. 엠피쓰리에 안 들어 있어서, 듣고 싶을 때 들으려고 올려둔다.



:
Posted by 카뮈카뮈
2013. 1. 29. 02:47

요즘 일상2013. 1. 29. 02:47


아주 조금 나 자신이 살아나는 기분이다. 여러 가지에 가슴이 설렌다. 전부 죽었다고, 이 죽은 나를 평생 안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눈매가 닮았다. 말하는 자세도 조금 닮았다. 뭐 그 쪽이 닮은 건 겁나지 않는다. 정말 무서운 건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닮아있는 건, 닮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신경이 쓰이는 정도의 지금의 기분을 굳이 자의적으로 부풀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러기에는 이성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뒤따른다.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의 부분을 회피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가리고 헝클어뜨리는 감정의 안개 속에 손수 뛰어들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훔쳐보았다. 흔적을 많이 남기는 사람이라는 건 좀 다른 점이었다. 생각보다 놀랍게 솔직한 사람이었다. 좀 예전 글들이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몇 년 전엔 나도 솔직한 글을 썼었다. 나이먹으면 여러 이유로 솔직해지기가 힘들다. 


+


누군가에 대한 관심을 별개로 하더라도, 그 공간은 참 행복한 공간이다. 책을 읽고 공부하고 배우는 행위에서 느끼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쾌락이라 생각하는 즐거움을 그 공간에서는 향유할 수 있다. 트위터에서 본 것뿐인데 무작정 가 보기로 용기를 낸 건 잘 한 일이었다. 참 운이 좋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지적 쾌락을 마음껏 탐닉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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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1. 7. 12:49

2013년 일상2013. 1. 7. 12:49


올해의 목표는 말조심, 적극성, 건강한 마음 가지기다. 내 일이 잘 안 되니 마음이 뒤틀리는 게 생생히 보인다. 여유를 되돌려주자. 어른이 되자. 마음을 썩히지 말고 바깥으로 뻗어내자. 명징한 정신으로 내 할 일을 하자. 내가 잘하면 다른 것도 다 풀릴거다. 아리쨩 봐라. 마음은 좀 썩었을지언정 바깥일이 잘 풀리니 얼굴이 건강해졌잖나.ㅋㅋㅋ


+


흡연이 신장에 직빵이라니 어쩌다 강제금연할 처지에 놓였다만 술은 마시고 싶다. 빨리 마치고 좋은 사람들과 술 마시자. 양껏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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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2. 12. 27. 21:39

2012년을 보내며 일상2012. 12. 27. 21:39


올해는 두말할 것 없이 내 인생 최고의 흑역사였다. 상반기가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하반기가 더 엉망인 것 같다. 처음엔 외부적인 요인들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나 자신의 문제다. 가지고 있던 나쁜 점들이 외부적 문제들과 만나더니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일으켰다. 덕분에 지금은 무기력에 회피에 나 자신을 요만큼도 사랑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신장의 문제는 공포에서 기인한다던 언니의 말이 도통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the horror, the horror.


여기를 떠나면 이 공포는 사라질까? 며칠 후 해가 바뀌면 모든 것들이 지운 듯 사라져줄까? 

그럴 리는 없다. 절대로 없다.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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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2. 12. 3. 17:21

2012년 12월 3일 일상2012. 12. 3. 17:21


와 삼재는 진심 무섭다. 생전 겪어보지도 못했던 일들이 차례차례 지치지도 않고 다가오는 한 해다. 나가는 삼재는 생일 지나면 괜찮다고 해서 마음놓고 있었더니 끝까지 얌전히는 보내주지 않는다. 나도 참 지독하게 둔하지. 거의 1년 전부터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만 했지, 뱃속의 몬스터가 이만큼 자랄 때까지 그냥 놔뒀으니. (설마 몇 주 전 꿨던, 애 낳아 키우는 꿈은 이걸 가리키는 거였을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물혹은 보통이라면 많이 해롭지 않지만 이 정도 사이즈의 것은 터지면 죽는단다. 물론 누군가 악의적으로 내 오른쪽 신장을 정확히 걷어차지 않는 이상, 이걸로 절대 죽지 않는다는 건 안다. 근데 나를 사랑하는 우리 엄마는 이것만 생각하면 잠도 잘 안 온다는데, 난 정말 무섭지도 않고 죽는 게 두렵지도 않다. 심지어 죽기를 약간은 바라고 있을 정도다. 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하는 건 무섭지만 타의적으로 죽는 거라면 별로 아무렇지도 않다. 정말이지 지독한 수동성이다.


아무튼간에 안 죽는 이상, 앞으로의 일정에 어떤 식으로 변화가 올 지 모르니 기말페이퍼도 어플라이도 빨리빨리 처리해두자. 


+


아메아가리 미야사코가 초기 위암치료로 쉰단다. 아메토크가 게스트MC 체제로 진행된다면 아리요시가 한 회 정도는 들어갔으면 싶다. 아메토크와는 오랜 카라미에, 포멀하게 진행도 잘하고, 호토짱 이지리도 적당히 해 줄거고. 한 트친님은 아리요시가 호토짱을 '토할 때까지' 괴롭힐 거라서 츠치다가 낫지 않을까 하고 말씀하셨는데, 그 트윗 보자마자 더 미친듯이 아리쨩의 MC가 보고싶어졌다.ㅋㅋㅋ 


+


가끔 트위터에 아리요시 검색해보는데, 어떤 트윗에 아리요시 트윗프로필 사진이 너무 더러우니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더라. (내가 화낼 권리는 없지만) 약간 화가 났다. 본인 트윗 사진을 뭘로 하든 본인 자유지 너님이 뭐라고 바꾸라마라 하냐. 계정 대충 살펴보니 나름 팬인 것 같던데, 대체 그 사람이 뭘 보고 아리요시를 좋아하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아리쨩에게서 변태성을 빼면 뭐가 남지? 수 년동안 한국 정치를 지켜본 경험과 5년의 대학원 생활과 3년의 지독한 연애가 내게 남겨준 것은 그 누구도 신격화/아이돌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다. 그 자신에 대해 조롱섞인 탈신격화를 서슴치 않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은 내가 아리요시를 좋아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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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2. 11. 20. 01:56

2012년 11월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는 밤 일상2012. 11. 20. 01:56


그러고 보니 어제 새벽 다섯시에 깨서 양손가락 따고 혼자 등두들기고 난리를 치고 다시 잠들었더니 꿈을 꿨었다. 나한테 애가 있었다. 갓난아기였다. 애 아빠는 등장하지 않았다. 딱히 생각도 하지 않았던 걸 보면 존재 자체가 없었나보다. 나는 엄마랑 애랑 셋이서 살았는데, 내가 학교에 가야 할 때면 엄마가 애기를 봐주셨다. 엄마한테 애 때문에 공부하기가 힘들다고 불평했다. 애가 아파서 약을 사야 했는데 동네 약국들이 모두 문을 닫아서 온 동네를 헤맸다. 절망적인 기분으로 눈을 떴다. 애 엄마가 되는 꿈은 처음이었는데, 의외로 조금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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