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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10. 02:38

세미나 전반에 대하여 일상2013. 3. 10. 02:38


아무튼 세계사의 구조 세미나는 정말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책 읽고 공부하는 재미를 다시 일깨워준 건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는 거의 구원받은 느낌마저 든다. 흑역사와 우울로 얼룩졌던 작년의 생명력없던 나를 다시금 약간은 생기있게 만들어줬거든. 세상에 이런 좋은 책이 있고, 다양한 지식과 사는 얘기들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이 정도만 있어 준다면, 아직 세상이란 조금 기쁘게 살아볼 만하다고 진심으로 느끼고 있다. 물론 세미나는 다른 책으로 계속 할 생각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문제없이 모두 포용할 만한 책은 정말 흔히 없지 싶다. 다음주면 끝난다 생각하니 마음 깊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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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태도는 옳지 않은 것이었다. 누군가가 제시하는 비전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해서 그걸 쉽사리 나이브하다고 판단해버리고 속으로 은근히 비웃을 권리는 없다. 그건 아주 비열한 짓이다. 가라타니가 칸트의 규제적 이념의 개념을 굳이 가져와서 강조하는 이유가 뭐겠나. 아무런 목표도 이상도 없이 그저 냉소적이기만 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을, 한 단락을 할애하여 통렬하게 비판하는 원인이 뭐겠나. 초월론적 가상을 가정적 목표로 삼고 조금씩 그 목표를 향해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구절에는 공감했으면서, 정작 그걸 자기 신념으로 삼는 사람을 그저 나이브하다고 치부해버리는 건 내 한계고 무지다. 이상을 비웃어선 안 된다. 그 비웃음의 행위에 어떤 사적인 욕망이 얽혀 있더라도, 최소한 이러한 종류의 상황에서 그 욕망에 지는 것은 스스로에게 터무니없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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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지금 일본에서 최고 핫한 남자인 아리요시는 오늘도 무려 톤네루즈 사이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귀엽게 눈주름 만들면서 웃는 사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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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3. 8. 02:13

3월 7일 두번째 일상2013. 3. 8. 02:13


문득 이유없이 툭 치고 들어오는 생각들이 있다. 반지가 좋았던, 아직 어렸던 스물 여섯의 나는 커플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그 순간은 침묵으로 무마되었다. 그렇게 세 번을 거절당했다. 내 멘탈이 썩어빠지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차라리 딱 잘라 거절하는 말이라도 좋으니 어떤 말이라도 해줬다면 더 나았을 거다. 그는 그렇게 본인의 어떤 트라우마 같은 것을 성공적으로 나에게 전염시켰다. 왼손 약지에 반지를 낀 여성의 손 사진을 볼 때마다 그 지독했던 침묵의 시간들을 차례차례 떠올린다. 우리는 결혼해서 오래 함께 지내는 일 같은 건 생각할 수 없다고, 그건 아영씨도 알지 않냐고. 왜 항상 아영씨만 피해자인 척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그런 말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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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3. 7. 18:12

3월 7일 일상2013. 3. 7. 18:12


죽고 싶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행위는 삶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실제로 죽음은 더욱 고요한 것이다. 거기에 생의 약동은 없다. 오직 포기로서의 무(nothingness)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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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3. 6. 22:37

잡설 일상2013. 3. 6. 22:37


2017년 대선에 문재인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한 때 노무현을 위해 촛불을 들었고 장례식 날 서울광장에서 눈물을 흘렸던 내 마지막... 뭐랄까, 감정의 찌꺼기 같은 것. 정치적 공과를 차치하면(물론 차치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 사람이 이렇게까지 누더기처럼 까여야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만 고생했으면 좋겠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좋지 않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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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존 그레이 -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적 비전 http://blog.naver.com/caujun?Redirect=Log&logNo=60165341195&from=postView

존 그레이의 서평에 대한 지젝의 반론 http://ysys143.blog.me/100161976182


존 그레이란 이름을 흘낏 들어봤을 뿐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랐는데 재미있다. 진보와 보수 양 편에서 욕먹는 사상가란 매력적인데 왜 항상 이런 애들은 대안 제시를 잘 못하고 회의주의에 빠져버릴까. 너도 못하면서 비슷한 이유로 상대방 까는 거 아니야... 


지젝의 반론 중에서는 실천적인 계획이 없다고 지적하는 그레이의 비난에 대한 답변이 아주 간접적이고 미약한 수준에 머문다는 게 가장 인상적. 


+


같은 얘긴지 딴 얘긴지 모르겠지만, '호빗'의 빌보는 '사소한 것을 사랑하고 그 가치를 아는' 성품 때문에 간달프에게 선택받은 인물이다. 간달프는 호빗족 특유의 그 성향이 세상을 바꾸는 큰 움직임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지금의 세계에서 혁명을 얘기하려면 거대하고 무서운 서사만으로는 안 된다. 뭐, '얘기'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다만 그 실천에 있어서는 다르다. 자본주의와 결탁한 자유주의의 정치적 서사는 혁명과 폭력 등의 소재를 무서운 것, 또는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느끼게끔 만들었다. 그 서사의 서술방식에 편승하자는 얘기가 아니냐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서사는 그들을 행동과 실천에서 떼어놓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대선에서 투쟁의 운동가였던 김소연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알바연대와 함께 활동한 김순자가 더 많은 득표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시작은 안에서. 그래서 '크랙 캐피털리즘'이 의미가 있는 책이 되는 것.


아 이건 니체의 위버멘쉬에 관한 글 보다가 생각난 건데 얘기가 딴 데로 샜나 안 샜나


+


차베스의 죽음과 관련해서 남미의 반미주의적/반신자유주의적 연대에 대한 트윗들 덕분에 공부가 많이 됐다. 간만에 트위터를 공부에 써먹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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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3. 5. 03:06

3월 4일 두번째 일상2013. 3. 5. 03:06


블로그 보다가 예전에 썼던 글 때문에 그 이메일을 다시 봤다. 저장해둔 거 아직 안 지웠더라. 너는 정말 개새끼다. 그 상황에 나한테 반말로 이메일을 썼다는 게 지금 보니 어이가 없다. 니가 뭔데. 그 때 니가 나한테 뭐였는데. 여태 살면서 분명하게 잘한 일 몇 가지가 있다면 그 중 하나는 그 이메일에 답장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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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3. 5. 01:38

3월 4일 일상2013. 3. 5. 01:38


요즘 잠의 질이 낮다. 하루종일 별 거 못하고 멍해있다가 여덟시에 잤는데 결국 지금 깨버림. 이런 악순환은 안 되는데.


+


역시 작품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건 본작보다 패러디 내지 팬아트들이다. 특히 만화나 아이돌 쪽은 더 그렇다. 사이코패스가 압도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느끼지는 않는데, 팬아트들을 보니 캐릭터들에 정이 들기 시작했다. 기노 생일이 나랑 똑같은 거에 식겁. 전갈자리의 이미지가 저런 츤데레였다니...


아카네쨩 덕분에 내일은 카레우동을 먹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아비꼬 가야지 흐흐


+


내일은 조금 서둘러 나가서 교보문고에서 책 찾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꼭 볼 거다. 시네큐브 같은 극장이 강남 쪽에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이제 실버라이닝은 거의 메가박스에서밖에 안하긴 하더라만.


+


근래 들어 느끼는 건데, 나이들고 보니 이상한 허세가 생긴 것 같다. 내 엉망진창인 점들을 조금 숨기려고 하는 것 같다. 이러지 말자. 숨기면 괴로운 건 나다. 겨우 삶이 본 궤도로 돌아왔는데 인위적으로 괴로운 시간들을 늘릴 필요는 없다. 자연스러운 삶을 원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는 물론 잘 알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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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3. 4. 01:12

3월 3일 두번째 일상2013. 3. 4. 01:12


나이먹어서 하나 다행인 점은, 이전 같았으면 감정에 휘둘렸을 상황에도 조금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거다. 모든 것들에 조금 지쳤다고 바꿔 말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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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