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0. 01:32
가라타니의 어소시에이셔니즘과 세미나와 내 태도에 대하여 읽은 것들2013. 3. 10. 01:32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태도는 옳지 않은 것이었다. 누군가가 제시하는 비전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해서 그걸 쉽사리 나이브하다고 판단해버리고 속으로 은근히 비웃을 권리는 없다. 그건 아주 비열한 짓이다. 가라타니가 칸트의 규제적 이념의 개념을 굳이 가져와서 강조하는 이유가 뭐겠나. 아무런 목표도 이상도 없이 그저 냉소적이기만 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을, 한 단락을 할애하여 통렬하게 비판하는 원인이 뭐겠나. 초월론적 가상을 가정적 목표로 삼고 조금씩 그 목표를 향해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구절에는 공감했으면서, 정작 그걸 자기 신념으로 삼는 사람을 그저 나이브하다고 치부해버리는 건 내 한계고 무지다. 이상을 비웃어선 안 된다. 그 비웃음의 행위에 어떤 사적인 욕망이 얽혀 있더라도, 최소한 이러한 종류의 상황에서 그 욕망에 지는 것은 스스로에게 터무니없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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