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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7. 07:07

May 6 2021 일상2021. 5. 7. 07:07

언젠가 망설임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 포스트-포스트모던 시대의 망설임과 주저에 대해. 인종과 젠더를 엮어도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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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21. 1. 18. 03:02

Jan 17 2021 일상2021. 1. 18. 03:02

is an imposter syndrome a variant of mental counter-effects against the unfulfilled craving for the bildungsroman narrativ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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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20. 9. 9. 15:56

오랜만에 일상2020. 9. 9. 15:56

 

내 덬질인생을 가만히 돌아보면 아주 좋아했던 것들, 특히 이십대 후반에 좋아했던 것들은 2-3년 뒤에 꼭 다시 반복해서 봤더라. 한살한살 먹어가면서 점점 모든 것에 무뎌지는 탓에 새로운 덬질아이템을 발견하기 힘들어지는 게 제일 큰 이유고, 이미 재미있다는 걸 알고 있는 아이템들을 복습하는 게 새로운 필드를 탐험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덧붙여 어제 깨달은 건 과거에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강한 노스탤지어가 어느새 내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 평소에 과거를 돌아보는 타입이 전혀 아니라 스스로도 놀랐다. 계기는 내 유툽피드에 뜬 사마즈 유툽채널. 유툽만든 줄 몰랐어서 완전 놀라 살펴보다가 후카와 료가 나오는 클립들을 발견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보자마자 후카와가 너무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이는 거다. 그 꾸준한 무기력의 상징같았던 요즘의 후카와가 만나자마자 이상한 거 시키는데도ㅋㅋ 사마즈 만난 기쁨이 더 크다고 해주고 유툽채널에 힘이 되고 싶다며 노력해주는 게 어찌나 보기좋던지. 역시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어서 댓글들에도 온통 기뻐하는 우치피팬들 투성이였다.ㅎㅎㅎ 웃짱이야 워낙 바쁘신 분이고 우치사마에서도 만나니 크게 바라는 건 무리겠지만 TIM은 꼭 나와줬으면 좋겠고 나올 거 같다.ㅋㅋㅋ

 

그렇게 즐겁게 유툽구경 끝나자마자 사마사마 끝난다는 소식을 접해서 또 너무 충격 ㅠㅠ 아직 본편을 못봐서 왜 끝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마즈의 유일한 토크칸무리방송이고 무려 14년간이나 해왔는데 왜... 왜인거야... 이래서 유툽채널 연거였나 싶고. 뭐 내가 이제 트렌드 못따라가고 유툽방송 안보는 노땅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퀄리티는 솔직히 지상파랑은 비교불가라고 느낌. 카미사마즈/마루사마즈의 스탭들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좀 산만하고 정신없고 아직 방향성을 잘 모르겠거든. 그 이상한 검은 비닐매트에 사람 들어가는 것도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고 위험하겠다는 생각뿐... 약간 딴 얘기지만 풋볼아워 고토가 한 눈에 스탭들 알아본 거 너무 대단했고 마루사마즈가 본인들의 청춘이었다고 얘기해줘서 또 고마웠다. 아 너무 노스탤지어 범벅인가 ㅋㅋㅋㅋㅋ 

 

어찌됐든 아직 초반이고 앞으로 더 나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니 너무 불평만 늘어놓는 건 별로고... 비록 사마사마는 종료하지만 사마즈 접할 새로운 통로가 생겨서 기쁜 건 확실하다.   

 

-----

 

사마즈 너무 길게 써서 나머지 노스탤지어들은 요약본으로 써갈기겠음

 

아리요시: 내가 여기서 한참 아리쨩에 미쳐있던 때가 7-8년 전쯤인데 새삼스럽게 아직 결혼안하고 외모도 커리어도 그대로인거 대단하다 ㅋㅋㅋㅋ 심지어 과거의 어느 시점보다는 더 건강해보이고 젊어진 듯. 행복해보여 좋다. 어제 런하 덕분에 생애 첨으로 에르메스 애플워치병만 걸렸음ㅋㅋㅋ 한 번도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아리요시가 하니 확 눈에 띄더라 너무 잘 어울려.

 

장범준: 한참 관심없다가 이번 실버판테온에 빠짐. 형태랑 브래드는 잘 살고 있을까?

 

칸쟈니&스바루: 탈퇴 이후로 너무 지쳐서 한동안 크로니클도 뭐도 안보다가 어제 크로니클 몇달치 모아봤는데 요즘 다시 재밌더라? 다들 재능도 매력도 넘치고 이제 달라진 각자의 행보를 존중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적으로 나는 칸쟈니 내의 스바루를 사랑했던 거 같다. 이제 그들에게 느끼는 건 일종의 전우애같은 느낌뿐임 동년배라 그런지

 

은혼: 내가 긴토키에게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듯. 긴히지는 영원히 사랑이다

 

아 연구관련 아니고 순수하게 덬질에 대해 아무렇게나 한글로 글쓰니 너무 좋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이것저것 쓸데없는 거 쓰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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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6. 5. 19. 10:39

May 18 2016 일상2016. 5. 19. 10:39


1. 미국 지성사의 흐름 중 가장 "미국적"인 것을 생각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19세기 중반의 초절주의(초월주의, Transcendentalism)다. 흔히 초절주의 하면 에머슨이나 소로 정도를 떠올리겠지만 마가렛 풀러 역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 중 하나다. 당시의 미국이 고정된 성역할 관념에 철저하게 지배받던 시기였음을 고려하면 풀러의 학자/운동가로서의 행적들은 당시로는 매우 예외적인 것이었다. 법조인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유럽의 고전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을 받고 자란 풀러는 여성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보스턴에서 여성들과 함께 하는 토론수업을 열었다. Conversations라 불린 이 수업은 이후 5년간 이어졌고, 수업의 강의안들은 이후 풀러가 자신의 저작들을 집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된다.


풀러의 말년은 비극적이었다. 최초의 여성 뉴욕 트리뷴즈 특파원으로서 이탈리아에 가게 된 풀러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고 이후 비밀리에 결혼한다. 1년 후 남편과 아이와 함꼐 미국으로 돌아오는 배를 타지만 배가 뉴욕 근처에서 침몰하는 사고로 인해 가족 모두가 사망하게 된다. 그들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고, 집필중이었던 혁명사에 관한 풀러의 원고 역시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풀러의 갑작스런 죽음 후 그녀를 향한 동료 남성 학자/작가들의 평가는 아마도 풀러 연구자들에게 있어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풀러 사후 2년 뒤에 출간된 풀러에 대한 회상록에서 에머슨이 그랬듯, 블라이스데일 로맨스의 그 악명높은 제노비아 캐릭터를 통해 호손이 그랬듯, (이건 읽어보진 않았지만 John Carlos Rowe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William Wetmore Story and His Friends에서 헨리 제임스가 풀러를 Beatrice Cenci에 비유하여 그려내듯, 풀러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 학자적 논리가 감성, 환상, 상상에 오염되었고, 여성이었기 때문에 결혼 전에 아이를 낳는 스캔들을 저질렀으며,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렇게도 비극적인 생의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이 중에서 호손이 제일 심한데, 그 아들에 의해 출간된 한 원고에서 호손은 별로 신빙성도 없는 소문을 바탕으로 풀러를 신나게 까면서 심지어 그녀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혁명사 원고의 유무조차도 의심한다. 딴 얘기지만 블라이스데일 로맨스에서도 깔 사람 다 까놓고 서문에 이건 실제 역사적 인물들과는 관련없다고 써놓는 거 보면 호손은 진짜 개찌질함.) 물론 풀러의 페미니즘에는 여성의 도덕적 역할을 강조하는 등의 흠이 많지만, 문제는 당대의 남성 지식인들이 그런 단점들을 '여성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짓고 있다는 것이다. 풀러는 여자였기 때문에 죽은 후에도 몇 번이고 '상징적으로' 다시 죽어야 했다.

2. 21세기의 한국 여자들은 여자이기 때문에, 이제는 '실제로', 죽어야 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와 관계를 정리하고 헤어질 때도 혹시나 이 사람이 돌변해 내 얼굴에 염산을 붓거나 우리 부모님을 해치지는 않을까 '안전이별'을 의식해야 하고, 공공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혹시 몰카가 있지는 않은지 화장실 칸 안의 모든 구멍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고, 이제는 술집 화장실을 갈 때 혹시 모를 '묻지마 살인'(이라 쓰고 여성을 계획적으로 노리는)의 가능성조차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가는 지나치게 예민한 것 아니냐며 요즘 말로 프로불편러라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또는, 몇 달 전 페북 어딘가에서 봤던 것처럼, 한국 여성들이 지나치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일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로 궁금하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여성의 비율은 실제로 얼마나 될까? 별로 예쁘지 않은 보통의 여자로서 운좋게 한국에서 명문대라고 불리는 학교에서 20대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다른 말로 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인생을 살아온 내 경우에도 생각해보면 네다섯번 이상의 성폭력 피해경험이 있다. (심지어 이건 언어폭력을 제외한 횟수다.) 나도 이런데 다른 여성들의 경험이 얼마나 더 많을지는 차마 짐작할 수도 없다. 만약 통계를 내어 한국 여성 80% 이상이 성폭력 피해자라고 한다면, 피해자 코스프레 운운하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들이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을 수 있을 수치는 몇 퍼센트 이상이어야 할까? 만약 50%라면 반밖에 안되니 별로 많지도 않네라고 할까? 예민 좀 떨지 말라는 한 마디 말로 한국 여성의 대다수가 공유하는 폭력의 기억과 그 기억들이 만들어내는, 언제나 의식의 밑바닥에 침잠해 있다가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다시 떠오르는, 언어로는 표현불가능한 불안감들을 구둣발로 짓밟으려는 발화들을 보면 나는 매번 암담함을 느낀다. 타자의 경험들은 얼마나 공유될 수 있을까? 완전한 공유가 불가능하다면, 요 몇 년 사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 모든 젠더간의 갈등들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시작점은 도대체 어디부터일까? (더불어 살해된 여성을 위한 촛불추모를 '세월호 사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 색채를 입히지 말라'며, '이건 불법집회이니 포스트잇만 붙이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나야 된다'는 댓글들에서 보이는 현 정권의 '불법집회' 프레임이 만들어 낸 성공적인 결과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정해 나가야 할까? 가라타니의 '데모를 하는 사회'는 물론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모든 것의 시작일 뿐이다.) 

십수년 후 한국 페미니즘사가 쓰여진다면 요 몇 년은 매우 중요한 해들로 기록되겠지. 큰 변환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 첨예한 갈등들은 마음으로 맞닥뜨리기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갈등 자체가 변화의 씨앗임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당장의 변화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장기적으로, 그러나 아주 조금씩, 너무 당연해서 뭐 대단하게 이렇게 길게 쓸 것도 없었지만, 삶이 곧 정치임을 인식하는 것부터. 그것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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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16. 12:00

. 일상2015. 4. 16. 12:00


조금만 참고 할 수 있는 거 하면 이 시간도 지나가겠지

조금이라도 덜한 실패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해야 하는 것들을 하자

곧 지나갈거야, 잘 견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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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3. 19:27

2014년 5월 23일 일상2014. 5. 23. 19:27


20대에 그렇게도 감정적이었던 나는 서른을 넘어선 순간부터 거의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아직도 자극하는 단 하나의 대상이 있다. 마음 같아서는 망각의 선 저 편에 묻어버리고 살아있는 동안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내 위치상 그럴 수 없는. 언어로 변환해 입 밖으로 내뱉으면 좀 편해질까 싶어 그렇게 해보았지만 오히려 실감이 난 탓에 더욱 괴로워지는 역효과를 맛보고 있다. 기말페이퍼를 모두 제출한 이 좋은 날에 왜 하필 나는 그것을 생각해냈단 말인가.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고 그를 위한 방식들을 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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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9. 18:56

2014년 1월 18일 밤 일상2014. 1. 19. 18:56


개강 전 마지막 주말의 밤. 새 학기에의 반항인지 약간의 바람이 나서 매니큐어 몇 개를 사들였다. 마트에서 반신반의하며 들고 온 5불짜리 사케를 마셨다. 예상대로 싸구려 사케는 에탄올의 맛이 났다. 그래도 취한다는 본래의 목적에는 충실했으니 그나마 만족이다.


여기저기서 금연한다는 얘기가 들려오는데 나는 여전히 금연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미래를 걱정하여 현재의 쾌락을 멀리할 정도로 교과서적인 인간은 못 되는 것 같다. 결혼해서 아이라도 낳게 된다면 달라지겠지만. 딴 얘기지만 나는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출산이란 부모가 그들 나름의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이루기 위한 이기심에서 행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도저히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엄마는 왜 나를 낳았어요, 라고 물으면 나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나머지 틀림없이 자살하고 싶어질 거다. 내 삶은 여태 모자란 것 없이 행복했지만,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었는지에 대한 선택이 애초에 주어진 적조차 없다는 사실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커트 보네거트가 "심판의 날에 제시할 정상참작사유: 우리는 애초에 태어나길 요청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의 생각은 정확히 내 것과 일치한다. 다만 이 모든 사유들을 마치 없었던 것처럼 무시하고 내 삶을 사회적 통념과 그다지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만드는 것 또한 너무나도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런 날이 만약 오게 된다면 이 글은 여러 의미로 수치스러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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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3. 10. 5. 18:36


빨리 숏페이퍼 준비해야 될 마당에 마술이 시작되는 바람에 다 치우고 하루 종일 잤다.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잠이 안 온다. 덕분에 괜히 싸이랑 네이버 블로그들 돌아보다 센치해졌다. 간만이다 이런 느낌.


*


요즘 우치피를 다시 정주행하고 있고 아사드 형제의 피아졸라를 듣는다. 운동할 때 듣는 엠플로 빼고는 거의 피아졸라의 반복이다. 예전에 즐기던 것들만 다시 보고 듣고 있는 셈인데, 퇴행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뭔가에 투자할 에너지가 잘 생기지 않는다. 서른을 넘긴 이후로 최소한 육체적/정신적 에너지 면에서는 경제적으로 살고 싶어졌다. 거의 빙과의 호타로 수준이다. 


*


슈스케의 플랜비를 보면서 왜 이렇게 묘한 기분이 드는가 싶었더니 그 제일 나이많은 푼수 남자가 전전애인과 닮아서였다. 푼수인 건 하나도 안 닮았는데 생긴 게 정말 닮았다. 그는 3년간 나에게 그야말로 순정을 바쳤지만 그 순정에 질린 나는 미네르바를 모른다는 이유로 그를 찼다. (물론 그 어이없는 헤어짐의 값은 정확히 반대급부로 돌아온 그 다음의 연애로 충분히 치렀다고 생각한다. 변증법적 연애인 셈이다. 왜 변증법이라고 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당신은 그 의미를 알아주겠지.)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같은 여자와 헤어질 수 있었던 걸 그가 축복으로 여기길 바란다. 천사같은 여자와 다정한 연애를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 헤어지고 몇 년 뒤 괴로움 속에서 그를 몇 번 떠올렸는데, 상상속에서조차 그는 나보다 더 예쁘고 착한 여자와 모자람없는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간만에 글을 쓰니 좋다. 이제는 말도 많이 하고 싶지 않아서 내 기분을 표현할 수단이 줄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끔 블로그나 들어와서 신변잡기글이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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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2013. 5. 31. 02:42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아마도 영시에서 가장 유명할 클리셰. 난 시 전공도 아니고 더더구나 엘리엇은 잘 모른다. 그래도 이 구절은 참 좋다. 아주 오래 전부터 좋았다. 차라리 망각의 눈 속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쪽을 택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기억과 욕망이 뒤섞이고 둔감한 뿌리가 봄비로 흔들릴 때, 4월은 아름다워 잔인하다. 왜 나는 굳이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냈던가. 왜 그래야만 했던가. 내밀한 두려움을 의식 한 켠에 제쳐둔 채 나는 운명처럼 당신을 택했다. 피어난 꽃은 너무도 눈부셔 내 눈으로는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겨울을 생각할 시간이 왔다.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언제나 그렇다. 그러나 그리 오래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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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 15. 11:38

. 일상2013. 5. 15. 11:38


주고서도 되돌려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 그 3년간 모든 것들을 견뎌온 나는 이 열흘 동안 너무도 나약해졌다.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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