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6 2021 일상2021. 5. 7. 07:07
언젠가 망설임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 포스트-포스트모던 시대의 망설임과 주저에 대해. 인종과 젠더를 엮어도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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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an imposter syndrome a variant of mental counter-effects against the unfulfilled craving for the bildungsroman narrativ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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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덬질인생을 가만히 돌아보면 아주 좋아했던 것들, 특히 이십대 후반에 좋아했던 것들은 2-3년 뒤에 꼭 다시 반복해서 봤더라. 한살한살 먹어가면서 점점 모든 것에 무뎌지는 탓에 새로운 덬질아이템을 발견하기 힘들어지는 게 제일 큰 이유고, 이미 재미있다는 걸 알고 있는 아이템들을 복습하는 게 새로운 필드를 탐험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덧붙여 어제 깨달은 건 과거에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강한 노스탤지어가 어느새 내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 평소에 과거를 돌아보는 타입이 전혀 아니라 스스로도 놀랐다. 계기는 내 유툽피드에 뜬 사마즈 유툽채널. 유툽만든 줄 몰랐어서 완전 놀라 살펴보다가 후카와 료가 나오는 클립들을 발견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보자마자 후카와가 너무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이는 거다. 그 꾸준한 무기력의 상징같았던 요즘의 후카와가 만나자마자 이상한 거 시키는데도ㅋㅋ 사마즈 만난 기쁨이 더 크다고 해주고 유툽채널에 힘이 되고 싶다며 노력해주는 게 어찌나 보기좋던지. 역시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어서 댓글들에도 온통 기뻐하는 우치피팬들 투성이였다.ㅎㅎㅎ 웃짱이야 워낙 바쁘신 분이고 우치사마에서도 만나니 크게 바라는 건 무리겠지만 TIM은 꼭 나와줬으면 좋겠고 나올 거 같다.ㅋㅋㅋ
그렇게 즐겁게 유툽구경 끝나자마자 사마사마 끝난다는 소식을 접해서 또 너무 충격 ㅠㅠ 아직 본편을 못봐서 왜 끝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마즈의 유일한 토크칸무리방송이고 무려 14년간이나 해왔는데 왜... 왜인거야... 이래서 유툽채널 연거였나 싶고. 뭐 내가 이제 트렌드 못따라가고 유툽방송 안보는 노땅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퀄리티는 솔직히 지상파랑은 비교불가라고 느낌. 카미사마즈/마루사마즈의 스탭들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좀 산만하고 정신없고 아직 방향성을 잘 모르겠거든. 그 이상한 검은 비닐매트에 사람 들어가는 것도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고 위험하겠다는 생각뿐... 약간 딴 얘기지만 풋볼아워 고토가 한 눈에 스탭들 알아본 거 너무 대단했고 마루사마즈가 본인들의 청춘이었다고 얘기해줘서 또 고마웠다. 아 너무 노스탤지어 범벅인가 ㅋㅋㅋㅋㅋ
어찌됐든 아직 초반이고 앞으로 더 나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니 너무 불평만 늘어놓는 건 별로고... 비록 사마사마는 종료하지만 사마즈 접할 새로운 통로가 생겨서 기쁜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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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즈 너무 길게 써서 나머지 노스탤지어들은 요약본으로 써갈기겠음
아리요시: 내가 여기서 한참 아리쨩에 미쳐있던 때가 7-8년 전쯤인데 새삼스럽게 아직 결혼안하고 외모도 커리어도 그대로인거 대단하다 ㅋㅋㅋㅋ 심지어 과거의 어느 시점보다는 더 건강해보이고 젊어진 듯. 행복해보여 좋다. 어제 런하 덕분에 생애 첨으로 에르메스 애플워치병만 걸렸음ㅋㅋㅋ 한 번도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아리요시가 하니 확 눈에 띄더라 너무 잘 어울려.
장범준: 한참 관심없다가 이번 실버판테온에 빠짐. 형태랑 브래드는 잘 살고 있을까?
칸쟈니&스바루: 탈퇴 이후로 너무 지쳐서 한동안 크로니클도 뭐도 안보다가 어제 크로니클 몇달치 모아봤는데 요즘 다시 재밌더라? 다들 재능도 매력도 넘치고 이제 달라진 각자의 행보를 존중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적으로 나는 칸쟈니 내의 스바루를 사랑했던 거 같다. 이제 그들에게 느끼는 건 일종의 전우애같은 느낌뿐임 동년배라 그런지
은혼: 내가 긴토키에게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듯. 긴히지는 영원히 사랑이다
아 연구관련 아니고 순수하게 덬질에 대해 아무렇게나 한글로 글쓰니 너무 좋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이것저것 쓸데없는 거 쓰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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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지성사의 흐름 중 가장 "미국적"인 것을 생각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19세기 중반의 초절주의(초월주의, Transcendentalism)다. 흔히 초절주의 하면 에머슨이나 소로 정도를 떠올리겠지만 마가렛 풀러 역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 중 하나다. 당시의 미국이 고정된 성역할 관념에 철저하게 지배받던 시기였음을 고려하면 풀러의 학자/운동가로서의 행적들은 당시로는 매우 예외적인 것이었다. 법조인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유럽의 고전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을 받고 자란 풀러는 여성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보스턴에서 여성들과 함께 하는 토론수업을 열었다. Conversations라 불린 이 수업은 이후 5년간 이어졌고, 수업의 강의안들은 이후 풀러가 자신의 저작들을 집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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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참고 할 수 있는 거 하면 이 시간도 지나가겠지
조금이라도 덜한 실패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해야 하는 것들을 하자
곧 지나갈거야, 잘 견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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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그렇게도 감정적이었던 나는 서른을 넘어선 순간부터 거의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아직도 자극하는 단 하나의 대상이 있다. 마음 같아서는 망각의 선 저 편에 묻어버리고 살아있는 동안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내 위치상 그럴 수 없는. 언어로 변환해 입 밖으로 내뱉으면 좀 편해질까 싶어 그렇게 해보았지만 오히려 실감이 난 탓에 더욱 괴로워지는 역효과를 맛보고 있다. 기말페이퍼를 모두 제출한 이 좋은 날에 왜 하필 나는 그것을 생각해냈단 말인가.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고 그를 위한 방식들을 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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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전 마지막 주말의 밤. 새 학기에의 반항인지 약간의 바람이 나서 매니큐어 몇 개를 사들였다. 마트에서 반신반의하며 들고 온 5불짜리 사케를 마셨다. 예상대로 싸구려 사케는 에탄올의 맛이 났다. 그래도 취한다는 본래의 목적에는 충실했으니 그나마 만족이다.
여기저기서 금연한다는 얘기가 들려오는데 나는 여전히 금연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미래를 걱정하여 현재의 쾌락을 멀리할 정도로 교과서적인 인간은 못 되는 것 같다. 결혼해서 아이라도 낳게 된다면 달라지겠지만. 딴 얘기지만 나는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출산이란 부모가 그들 나름의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이루기 위한 이기심에서 행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도저히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엄마는 왜 나를 낳았어요, 라고 물으면 나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나머지 틀림없이 자살하고 싶어질 거다. 내 삶은 여태 모자란 것 없이 행복했지만,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었는지에 대한 선택이 애초에 주어진 적조차 없다는 사실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커트 보네거트가 "심판의 날에 제시할 정상참작사유: 우리는 애초에 태어나길 요청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의 생각은 정확히 내 것과 일치한다. 다만 이 모든 사유들을 마치 없었던 것처럼 무시하고 내 삶을 사회적 통념과 그다지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만드는 것 또한 너무나도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런 날이 만약 오게 된다면 이 글은 여러 의미로 수치스러워지겠지.
빨리 숏페이퍼 준비해야 될 마당에 마술이 시작되는 바람에 다 치우고 하루 종일 잤다.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잠이 안 온다. 덕분에 괜히 싸이랑 네이버 블로그들 돌아보다 센치해졌다. 간만이다 이런 느낌.
*
요즘 우치피를 다시 정주행하고 있고 아사드 형제의 피아졸라를 듣는다. 운동할 때 듣는 엠플로 빼고는 거의 피아졸라의 반복이다. 예전에 즐기던 것들만 다시 보고 듣고 있는 셈인데, 퇴행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뭔가에 투자할 에너지가 잘 생기지 않는다. 서른을 넘긴 이후로 최소한 육체적/정신적 에너지 면에서는 경제적으로 살고 싶어졌다. 거의 빙과의 호타로 수준이다.
*
슈스케의 플랜비를 보면서 왜 이렇게 묘한 기분이 드는가 싶었더니 그 제일 나이많은 푼수 남자가 전전애인과 닮아서였다. 푼수인 건 하나도 안 닮았는데 생긴 게 정말 닮았다. 그는 3년간 나에게 그야말로 순정을 바쳤지만 그 순정에 질린 나는 미네르바를 모른다는 이유로 그를 찼다. (물론 그 어이없는 헤어짐의 값은 정확히 반대급부로 돌아온 그 다음의 연애로 충분히 치렀다고 생각한다. 변증법적 연애인 셈이다. 왜 변증법이라고 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당신은 그 의미를 알아주겠지.)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같은 여자와 헤어질 수 있었던 걸 그가 축복으로 여기길 바란다. 천사같은 여자와 다정한 연애를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 헤어지고 몇 년 뒤 괴로움 속에서 그를 몇 번 떠올렸는데, 상상속에서조차 그는 나보다 더 예쁘고 착한 여자와 모자람없는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간만에 글을 쓰니 좋다. 이제는 말도 많이 하고 싶지 않아서 내 기분을 표현할 수단이 줄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끔 블로그나 들어와서 신변잡기글이나 써야겠다.
2014년 5월 23일 (0) | 2014.0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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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아마도 영시에서 가장 유명할 클리셰. 난 시 전공도 아니고 더더구나 엘리엇은 잘 모른다. 그래도 이 구절은 참 좋다. 아주 오래 전부터 좋았다. 차라리 망각의 눈 속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쪽을 택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기억과 욕망이 뒤섞이고 둔감한 뿌리가 봄비로 흔들릴 때, 4월은 아름다워 잔인하다. 왜 나는 굳이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냈던가. 왜 그래야만 했던가. 내밀한 두려움을 의식 한 켠에 제쳐둔 채 나는 운명처럼 당신을 택했다. 피어난 꽃은 너무도 눈부셔 내 눈으로는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겨울을 생각할 시간이 왔다.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언제나 그렇다. 그러나 그리 오래는 아닐 것이다.
주고서도 되돌려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 그 3년간 모든 것들을 견뎌온 나는 이 열흘 동안 너무도 나약해졌다. 한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