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윷놀이의 추억 일상2012. 1. 23. 02:48
'날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가족과 함께 있어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헤르만 헤세의 나약한 주인공일까. 설령 그렇다 해도 지금은 잠시 동안만 허락하자. 잠시만.
운동하다 기절할 뻔하고 거기다 술을 퍼마셨는데도 피곤하지도 취하지도 졸리지도 않는다. 감히 누가 멘탈리스트를 셜록만큼 재밌다고 했지? 캠퍼스에는 소리높여 웃는 아이들의 웃음이 있었다. 그 웃음소리가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다시는 던힐 밸런스를 손에 쥐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걸 다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기분은 괜찮다. 잘 견디도록 오늘까지 기다렸던 거겠지. 오늘자 이카리신당에는 정말 이상하게도 혼자 사는 두 남자(정확히는 한 남자와 한 여장남자)의 외로움에 대한 푸념이 이어졌다. 이 방송 시작할 때부터 봐왔지만 듣도보도 못한 쓸쓸한 비지엠.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이 두 사람. 독설 캐릭터로 불러놨더니 세상에나, 외로움에 가끔 울고 싶단다. 넓은 집에서 사는 외로움에 못 견뎌 좁은 집으로 이사갈까 생각했다는 에피소드에 서로가 공감해버린다. 내 방은 참 좁으니 그런 점에서는 문제가 없다. 스물아홉의 볼 것 없는 여자에게 늦은 개운사의 문은 닫혀있었고 나는 모자란대로 바깥의 석불 앞에 앉아있었다. 기계로 깎아낸 것 같은 석불의 얼굴을 쳐다보고, 이런 표정에서 어떻게 사람들은 자비를 구할까 의아해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혼잣말을 몇 마디 해봤다. 고양이를 찾았는데 고양이는 없었다. 오늘 밤은 혼자 견뎌야 한다는 의미라고 내멋대로 해석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짜증나는 건 내일 아침 열시에 잠실에서 과외가 있다는 거다. 과외하고 학교로 돌아와서 운동하고 그러고 집에 가자. 집에는 따뜻한 구정의 분위기와 명절음식과 가족들이 있다. 아리요시가 2012년의 목표로 삼은 여자친구 만들기에 성공하고 혹시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그래서 결혼소식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눈주름이 가득한 행복한 웃음을 보여준다면, 나도 진심으로 행복할거다. 그런데 그건 아리요시가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거다. 내 기분 말이다. 어찌됐든 나는 집으로 돌아갈거고, 건강한 한 해를 보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