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아마도 천국일거다. 처음부터 나에게는 그런 것이 허락되지가 않았다. 이것이 뭔가의 증상임은 분명하나 굳이 구차하게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에 종속되어 살고 싶지도 않다. 여태껏 내가 해 온 모든 싸움의 이유는 나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였다. 그 하나를 위해서 가끔은 불필요한 고통마저 감수해왔다. 사랑의 달콤한 환희조차 완벽한 예외는 되지 못했다. 어떠한 쾌락 앞에서도 나를 완전히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진심으로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