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숏페이퍼 준비해야 될 마당에 마술이 시작되는 바람에 다 치우고 하루 종일 잤다.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잠이 안 온다. 덕분에 괜히 싸이랑 네이버 블로그들 돌아보다 센치해졌다. 간만이다 이런 느낌.
*
요즘 우치피를 다시 정주행하고 있고 아사드 형제의 피아졸라를 듣는다. 운동할 때 듣는 엠플로 빼고는 거의 피아졸라의 반복이다. 예전에 즐기던 것들만 다시 보고 듣고 있는 셈인데, 퇴행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뭔가에 투자할 에너지가 잘 생기지 않는다. 서른을 넘긴 이후로 최소한 육체적/정신적 에너지 면에서는 경제적으로 살고 싶어졌다. 거의 빙과의 호타로 수준이다.
*
슈스케의 플랜비를 보면서 왜 이렇게 묘한 기분이 드는가 싶었더니 그 제일 나이많은 푼수 남자가 전전애인과 닮아서였다. 푼수인 건 하나도 안 닮았는데 생긴 게 정말 닮았다. 그는 3년간 나에게 그야말로 순정을 바쳤지만 그 순정에 질린 나는 미네르바를 모른다는 이유로 그를 찼다. (물론 그 어이없는 헤어짐의 값은 정확히 반대급부로 돌아온 그 다음의 연애로 충분히 치렀다고 생각한다. 변증법적 연애인 셈이다. 왜 변증법이라고 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당신은 그 의미를 알아주겠지.)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같은 여자와 헤어질 수 있었던 걸 그가 축복으로 여기길 바란다. 천사같은 여자와 다정한 연애를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 헤어지고 몇 년 뒤 괴로움 속에서 그를 몇 번 떠올렸는데, 상상속에서조차 그는 나보다 더 예쁘고 착한 여자와 모자람없는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간만에 글을 쓰니 좋다. 이제는 말도 많이 하고 싶지 않아서 내 기분을 표현할 수단이 줄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끔 블로그나 들어와서 신변잡기글이나 써야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년 5월 23일 (0) | 2014.05.23 |
---|---|
2014년 1월 18일 밤 (0) | 2014.01.19 |
. (0) | 2013.05.31 |
. (0) | 2013.05.15 |
5월 14일 (0) | 2013.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