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6. 22:00
셜록 시즌2 3편 The Reichenbach Fall 본 것들, 들은 것들2012. 1. 16. 22:00
며칠새 셜록에 너무 빠져있어서 그런지,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편은 좀 흥미가 떨어졌다. 기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내 멋대로 치솟아왔긴 했다. 해결된 게 없이 끝났다는 점이나, 각본을 모팻/개티스가 아닌 스티브 톰슨이 쓴 것과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건이나 미스터리의 원인이 모두 주인공 내면에 있었고 전부 주인공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거라는 플롯은 이제 지겹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었고, 셜록은 절대 그런 식으로 다뤄질 캐릭터가 아닌 점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리어티가 왈츠에 맞춰 진열장 유리를 깨고 crown jewels를 손에 넣는 장면의 표현기법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근데 기억에 남는 건 그 정도랄까. 성 바솔로뮤 병원 옥상에서의 홈즈와 모리어티의 대결 씬은 원작의 라이첸바흐 폭포에서의 것보다 긴장감이 떨어졌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의 모리어티의 존재감이라는 게 원작보다 적어진 게 근본적인 문제라면 문제겠다. 모팻의 모리어티는 경박하고, 가볍고, (홈즈에 대해서) 너무나도 열성적이다. (덧붙여 이런 인물이 게이로 설정되어 있는 것은 또다른 점에서 문제다.) 별로 거물이라는 느낌이 안 들고 잔챙이 범죄자같다. 무게가 없다. 홈즈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너무도 열성적으로 평범한 인간으로 규정하고 싶어하는 그 어떤 종류의 '지나친' 느낌이 그를 원작의 모리어티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인물로 느끼게끔 한다. 원작을 그대로 복사하라는 말이 아니다. 모리어티를 그런 인물로 재창조해낸 의도가 뭔지도 확실히 알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인물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의 정도가 원작보다 못하다는 거다. 이 정도까지 셜록 홈즈를 매만져낼 수 있는 솜씨라면, 최소한 원작의 긴장감을 떨어뜨리지는 말아야 한다.
시즌 3이 언제 나오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첫번째 편이 기대된다. 원작에서도 홈즈가 귀환하는 이 편을 가장 사랑했었다. 맘놓고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그것보다 마틴 프리먼이 빌보로 나오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지만. 이 소식 보고 진짜 기뻤다. 이 귀여운 왓슨은 정말 빌보 역할에 잘 어울릴 거다. 이 사람은 뭔가 정말로 호빗같이 생겼다. ㅋㅋㅋㅋㅋ
p.s 다시 한 번 보고 깨달은 게 있다. 모리어티가 셜록한테 '나 너한테 빚졌어'(I owe you)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는 게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왓슨이 셜록 무덤 앞에서 I was so alone, and I owe you so much라고 말하는 걸 보고 뭔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왓슨과 함께 있는 셜록을 부러워했던 모리어티는 그냥 외로운 인간이었다, 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지도. 그거 자체가 좀 시시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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