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3. 16:17
Busker Busker - 그댈 마주하는 건 너무 힘들어 본 것들, 들은 것들2012. 1. 3. 16:17
갠적으로 한 뮤지션에 미치면 그의 음악만 일정기간 동안 수없이 반복해 듣는 타입인데, 이번에 미친 그룹은 버스커버스커다. 음악활동을 오래 해 오던 이들이라 서른 개 정도의 자작곡들이 있는데, 슈스케에서 올렸던 곡들보다 자작곡들이 천 배 정도 좋다. 덧붙여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요건 두 가지(보컬이 남자일 경우에 1. 보컬이 '좀 가난한' 목소리일 것, 2. 최소한의 악기를 사용할 것)를 아주 잘 충족시켜주는 밴드이기도 하다. 여지껏 내가 들어본 국내 노래 중에서는 가장 내 타입이다.
꽂히는 뮤지션을 발견했을 때의 내 갠적 특징 중 하나는 한 앨범 내에서 첨에 꽂힌 노래가 약간 질릴 즈음 다른 맘에 드는 노래가 나타나고, 또 그 노래만 너무 들어 약간 질릴 쯤에는 또 새로운 노래가 차례차례 꽂히는 현상인데 버스커버스커 노래도 그랬다. 첨엔 젬베오빠가 제일 좋았다가 그 다음엔 첫사랑. 현재는 첫사랑을 지나 이 그댈 마주하는 건 너무 힘들어를 열심히 듣고 있다. 이 노래의 희한한 점은 멜로디와 연주는 굉장히 어쿠스틱한데 가사는 상당히 섹시하다는 것. 뭐 어쿠스틱한 곡이 섹시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자꾸 전여친 몸이니 그날의 밤이니 그러는 게 웬지 좀 이질감드는데 그 이질감이 바로 이 노래의 매력이다. 빠르게 읊조리는 클라이맥스 부분이 아주 좋다.
정말이지 들으면 들을수록 장범준의 음악은 그 맛이 우러난다. 이런 소박한 재주꾼 같으니. 얼른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 근데 앨범 곡이 너무 흠잡을데 없는 음질로 다듬어져서 나오면, 보통의 앨범에서도 라이브버전, 데모버전을 선호하는 나는 오히려 이 음질 엉망인 자작곡 파일들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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