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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태도는 옳지 않은 것이었다. 누군가가 제시하는 비전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해서 그걸 쉽사리 나이브하다고 판단해버리고 속으로 은근히 비웃을 권리는 없다. 그건 아주 비열한 짓이다. 가라타니가 칸트의 규제적 이념의 개념을 굳이 가져와서 강조하는 이유가 뭐겠나. 아무런 목표도 이상도 없이 그저 냉소적이기만 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을, 한 단락을 할애하여 통렬하게 비판하는 원인이 뭐겠나. 초월론적 가상을 가정적 목표로 삼고 조금씩 그 목표를 향해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구절에는 공감했으면서, 정작 그걸 자기 신념으로 삼는 사람을 그저 나이브하다고 치부해버리는 건 내 한계고 무지다. 이상을 비웃어선 안 된다. 그 비웃음의 행위에 어떤 사적인 욕망이 얽혀 있더라도, 최소한 이러한 종류의 상황에서 그 욕망에 지는 것은 스스로에게 터무니없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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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지금 일본에서 최고 핫한 남자인 아리요시는 오늘도 무려 톤네루즈 사이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귀엽게 눈주름 만들면서 웃는 사진 하나.





:
Posted by 카뮈카뮈
2013. 3. 8. 02:13

3월 7일 두번째 일상2013. 3. 8. 02:13


문득 이유없이 툭 치고 들어오는 생각들이 있다. 반지가 좋았던, 아직 어렸던 스물 여섯의 나는 커플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그 순간은 침묵으로 무마되었다. 그렇게 세 번을 거절당했다. 내 멘탈이 썩어빠지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차라리 딱 잘라 거절하는 말이라도 좋으니 어떤 말이라도 해줬다면 더 나았을 거다. 그는 그렇게 본인의 어떤 트라우마 같은 것을 성공적으로 나에게 전염시켰다. 왼손 약지에 반지를 낀 여성의 손 사진을 볼 때마다 그 지독했던 침묵의 시간들을 차례차례 떠올린다. 우리는 결혼해서 오래 함께 지내는 일 같은 건 생각할 수 없다고, 그건 아영씨도 알지 않냐고. 왜 항상 아영씨만 피해자인 척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그런 말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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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