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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7. 13:12

로저 에버트 읽은 것들2013. 4. 7. 13:12


"내가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는 일은 내 육신이 망가질 것이고, 내 마음은 작동을 멈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될 것이다. 나는 자식이 없기 때문에 내 유전자는 계속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밈 이론으로 위안을 삼는다. 밈은 정신적 단위다. 유전자가 몸에서 몸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동하는 사고와 아이디어, 제스처, 관념, 노래, 믿음, 라임, 이상, 가르침, 격언, 문장, 클리셰. 글쓰기와 강의, 방송, 지나치게 많은 농지거리를 던지며 평생을 산 나는 다른 많은 이들보다 더 많은 밈을 남겨놓게 될 것이다. 그것들 역시 결국에는 소멸되겠지만, 세상일은 다 그런 식이지 않은가."


로저 에버트, '세상 속에서 빛을 보다' 중


일요일 아침에 엠플로 들으면서 들썩거리다가 이동진님 블로그에서 이 글을 본 순간 음악을 껐다. 글이 좋으면 글쓴이도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이상한 환상에 상처입어온 탓에 그런 생각을 버리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왔지만, 이 사람만은 좋은 사람이었을 거라 확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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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4. 3. 03:01

하비의 대안 읽은 것들2013. 4. 3. 03:01


반자본주의적 대안운동은 변증법적 운동이라는 자본주의의 '형식'을 취해야 하며, 그 형식을 통해 공혁명(co-revolutionary) 또는 맑스가 말하는 동시혁명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본주의가 그토록 전세계적으로 부흥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움직임의 토대에 기반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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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기본적으로는 자연지배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기반한 것. 공간/시간에 대한 정복을 통해 '시공간 압축,' 즉 자본이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시공간이 형성됨.


실질적 차원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라인, 가라타니의 용어로 말하면 '세계상품'의 트렌드를 바꾸면 된다. 또는 지리적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것. 여기에는 식민주의적 지배가 물론 포함됨. 


그런데 만약 외부적으로 확장할 만한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면 그 다음 차례는 무엇인가? "그러면 (막대한 부채를 진 미국처럼) '개인소비'가 아니라 (현재의 중국처럼) 급속한 생산의 증가가 잉여자본을 흡수할 수 있는 수요를 낳는 새로운 생산의 중심지를 만들어내면 된다."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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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3. 31. 19:34

걍 잡생각 읽은 것들2013. 3. 31. 19:34


모 유명 문화평론가의 글이 섹시하다는 얘기가 있길래 찾아 읽어봤는데, 미하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와 포크너의 '에밀리에게 장미를'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 글을 보고 식겁했다. 2004년에 쓴 글이니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너무하다 싶기도 했지만 외부기고는 2000년부터 했던데. 요즘 쓴 글들도 확 필이 오는 건 없더라. 그냥 성실하고 부지런한 글쟁이라는 느낌. 영문학 박사과정에 있다는 프로필을 보고 납득함.   


나는 섹시한 글을 쓰는 사람이 좋다. 내가 그렇게 못하고 또 그럴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그런 위치에 없었어도 나같이 지리한 인생을 살아온 인간은 섹시한 글 같은 건 못 쓴다. 그냥 잘 쓰는 것과 섹시하게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그것은 완전히 진보적인 것과도, 완전히 현학적인 것과도 다르다.


생각과 글의 섹시한 정도가 언제나 일치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 유명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P모씨는 생각이 아주 섹시하지만 글은 지나치게 정갈하다. 이건 기자들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인 것 같으니 뭐 어쩔 수 없지. H모씨는 솔직하기는 한데 생각도 글도 섹시하지는 않다. 얼굴은 남자답고 섹시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만. 자뻑으로 상대방을 피로하게 만드는 타입. 


내가 사적으로 잘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자뻑인간이 있다. 분하게도 그는 생각도 말도 글도 섹시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겨야 하나? 내가 병아리였던 시절에 중닭 정도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에 대한 동경이란 무섭다. 혹시 석사 첫학기생이 대학원에서 중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누군가를 함부로 동경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겠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잘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건 그와 나의 사적인 관계와, 그 관계에 얽힌 내 감정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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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3. 20. 22:43

미국은 읽은 것들2013. 3. 20. 22:43


노예제를 지속시키는 한 "pretended republic" (Theodore Dwight, Oration 892)


언젠가는 써먹을 비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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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태도는 옳지 않은 것이었다. 누군가가 제시하는 비전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해서 그걸 쉽사리 나이브하다고 판단해버리고 속으로 은근히 비웃을 권리는 없다. 그건 아주 비열한 짓이다. 가라타니가 칸트의 규제적 이념의 개념을 굳이 가져와서 강조하는 이유가 뭐겠나. 아무런 목표도 이상도 없이 그저 냉소적이기만 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을, 한 단락을 할애하여 통렬하게 비판하는 원인이 뭐겠나. 초월론적 가상을 가정적 목표로 삼고 조금씩 그 목표를 향해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구절에는 공감했으면서, 정작 그걸 자기 신념으로 삼는 사람을 그저 나이브하다고 치부해버리는 건 내 한계고 무지다. 이상을 비웃어선 안 된다. 그 비웃음의 행위에 어떤 사적인 욕망이 얽혀 있더라도, 최소한 이러한 종류의 상황에서 그 욕망에 지는 것은 스스로에게 터무니없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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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존 그레이 -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적 비전 http://blog.naver.com/caujun?Redirect=Log&logNo=60165341195&from=postView

존 그레이의 서평에 대한 지젝의 반론 http://ysys143.blog.me/100161976182


존 그레이란 이름을 흘낏 들어봤을 뿐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랐는데 재미있다. 진보와 보수 양 편에서 욕먹는 사상가란 매력적인데 왜 항상 이런 애들은 대안 제시를 잘 못하고 회의주의에 빠져버릴까. 너도 못하면서 비슷한 이유로 상대방 까는 거 아니야... 


지젝의 반론 중에서는 실천적인 계획이 없다고 지적하는 그레이의 비난에 대한 답변이 아주 간접적이고 미약한 수준에 머문다는 게 가장 인상적. 


+


같은 얘긴지 딴 얘긴지 모르겠지만, '호빗'의 빌보는 '사소한 것을 사랑하고 그 가치를 아는' 성품 때문에 간달프에게 선택받은 인물이다. 간달프는 호빗족 특유의 그 성향이 세상을 바꾸는 큰 움직임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지금의 세계에서 혁명을 얘기하려면 거대하고 무서운 서사만으로는 안 된다. 뭐, '얘기'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다만 그 실천에 있어서는 다르다. 자본주의와 결탁한 자유주의의 정치적 서사는 혁명과 폭력 등의 소재를 무서운 것, 또는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느끼게끔 만들었다. 그 서사의 서술방식에 편승하자는 얘기가 아니냐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서사는 그들을 행동과 실천에서 떼어놓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대선에서 투쟁의 운동가였던 김소연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알바연대와 함께 활동한 김순자가 더 많은 득표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시작은 안에서. 그래서 '크랙 캐피털리즘'이 의미가 있는 책이 되는 것.


아 이건 니체의 위버멘쉬에 관한 글 보다가 생각난 건데 얘기가 딴 데로 샜나 안 샜나


+


차베스의 죽음과 관련해서 남미의 반미주의적/반신자유주의적 연대에 대한 트윗들 덕분에 공부가 많이 됐다. 간만에 트위터를 공부에 써먹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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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3. 3. 3. 14:57

가라타니 고진과 사사키 아타루 읽은 것들2013. 3. 3. 14:57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사사키 아타루가 문학의 종언을 고하는 이들에 일침을 날리는 부분을 읽는 많은 독자들은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학에 종언을 고한다는 선언이 매우 성급한 판단이라는 점에서는 사사키에 동의한다(개인적으로는 마케팅의 효과를 의식한 도발로 봄. 뭐에든지 revised 붙이고 종언 붙이면 일단 관심은 가니까). 그러나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가라타니가 생각하는 근대문학의 정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읽어야 좀 더 명확해지겠지만, 최소한 '세계사의 구조' 내에서의 논의만 보면 가라타니에게 근대문학은 네이션의 형성을 지탱하는 '수단'이다. 그가 문학을 이런 식으로 협소하게 정의하게 된 것은 자본-네이션-스테이트의 모델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빚어진 결과가 아닌가 의심해보는 중이다. 일단 '기원'과 '종언'을 다시 읽고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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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http://ifnotso.blog.me/110160044519



올해 두근두근했던 글 첫 번째. 글을 이렇게 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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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I HAVE GOT TO STOP LOVING YOU 

SO I HAVE KILLED MY BLACK GOAT 


                                                                       Ai


His kidney floats in a bowl, 

a beige, flat fish, around whom parasites, slices of lemon, 

break through the surface of hot broth, then sink below, 

as I bend, face down in the steam, breathing in. 

I hear this will cure anything. 



When I am finished, I walk up to him 

He hangs from a short wooden post, 

tongue stuck out of his mouth, 

tasting the hay-flavored air. 

A bib of flies gather at his throat 

and further down, where he is open 

and bare of all his organs, 

I put my hand in, stroke him once, 

then taking it out, look at the sky. 

The stormclouds there break open 

and raindrops, yellow as black cats' eyes, come down 

each a tiny river, hateful and alone. 



Wishing I could get out of this alive, I hug myself. 

It is hard to remember if he suffered much. 



[from Vice: New & Selected Poems (1999) , Norton ] 



+


이 시 때문에 시모임에서 더할 수 없이 기분을 망쳤었다. 술을 안 마실 수가 없더라.

내 영혼을 극으로 치닫게 하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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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