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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들'에 해당되는 글 62

  1. 2013.02.19 세계사의 구조, 어소시에이셔니즘 중
  2. 2012.10.12 Poetry


"여기서 한마디만 해두고자 한다. 오늘날 역사의 이념을 조소하는 포스트모더니스트의 대부분은 일찍이 '구성적 이념'을 믿었던 마르크스=레닌주의자이고, 그와 같은 이념에 상처를 입고 이념 일반을 부정한 후 시니시즘이나 니힐리즘으로 도망친 자들이다. 그들은 사회주의는 환상이다, 거대서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세계자본주의가 초래하는 비참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할 리가 없다. 현실적으로 1980년대 이후 세계자본주의의 중심부에서 포스트모던한 지식인이 이념을 조소하고 있는 사이, 주변부나 저변부에서는 종교적 원리주의가 확대되었다. 적어도 거기에는 자본주의와 국가를 넘어서려는 지향과 실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신의 나라'를 실현하기는커녕 성직자=교회국가의 지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진자본주의국의 지식인에게 그것을 조소할 자격은 없다."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336-7


물론 이 책 자체가 전반적으로 훌륭하지만 그 중에서도 감정을 울리는 부분. 올해 들어 읽은 글들 중 두 번째로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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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
2012. 10. 12. 20:22

Poetry 읽은 것들2012. 10. 12. 20:22


If I read a book and it makes my whole body so cold no fire can warm me, I know that is poetry. If I feel physically as if the top of my head were taken off, I know that is poetry. These are the only ways I know it. Is there any other way?


Emily Dickinson, The Letters of Emily Dickinson (34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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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을 공들여 읽을 기회가 생겨 아주 기쁘다. 윌리엄스와 크레인의 늪에서 완전히 절망에 빠져있었는데. 이 수업 괜히 들었다고 몇 번이나 후회했는데. 발제를 맡지 않았다면 그녀에 대한 내 지식은 평생 혼자 은둔자로 살았던 아주 그로테스크한, 틀에 박힌 답답한 시나 쓰는 시인이라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을 거다. 이제서야 다시 보는 그녀의 삶과 작품은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그녀의 미스테리를 풀기 위한 수많은 후대의 비평들과 문학작품들은 너무도 당연한 거였다. 가슴뛰는 저 인용구를 봐라. 디킨슨이 흰 옷만 입고 산 수녀같은 여자였다고? 천만에, 그녀는 워리어였어! 몇 달 동안의 유례없던 무기력과 바닥도 안 보이던 우울에서 겨우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이 순간에 그녀와 만나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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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뮈카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