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구조, 어소시에이셔니즘 중 읽은 것들2013. 2. 19. 21:19
"여기서 한마디만 해두고자 한다. 오늘날 역사의 이념을 조소하는 포스트모더니스트의 대부분은 일찍이 '구성적 이념'을 믿었던 마르크스=레닌주의자이고, 그와 같은 이념에 상처를 입고 이념 일반을 부정한 후 시니시즘이나 니힐리즘으로 도망친 자들이다. 그들은 사회주의는 환상이다, 거대서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세계자본주의가 초래하는 비참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할 리가 없다. 현실적으로 1980년대 이후 세계자본주의의 중심부에서 포스트모던한 지식인이 이념을 조소하고 있는 사이, 주변부나 저변부에서는 종교적 원리주의가 확대되었다. 적어도 거기에는 자본주의와 국가를 넘어서려는 지향과 실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신의 나라'를 실현하기는커녕 성직자=교회국가의 지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진자본주의국의 지식인에게 그것을 조소할 자격은 없다."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336-7
물론 이 책 자체가 전반적으로 훌륭하지만 그 중에서도 감정을 울리는 부분. 올해 들어 읽은 글들 중 두 번째로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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