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글을 보는 순간 스트레스로 속이 쓰렸다. 내가 초래한 일이라 그런 건가. 아직 일말의 인간성은 남아 있는 모양이지. 그런데 나는 그 느낌이 뭔지 안다. 꽤나 잘 안다.
일이 이렇게 되어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되도록 되어 있었다. 그 사람도 나도 최선을 다했다. 지나친 동정은 독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위치에서 내 일을 다하는 것뿐. 옳은 방향으로 온전히 지금을 견뎌낸다면, 분명히 언젠가 내게 고마워할 날도 올거다.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온다. 그러기를 바란다. 그를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