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모터스'(Holy Motors) 본 것들, 들은 것들2013. 4. 27. 01:21
레오 까락스의 '홀리 모터스'는 근 몇 년간 본 영화들 중 가장 완벽에 가깝다. 플롯, 구성, 연기, 음악 모두 나무랄 데가 없다. 러닝타임이 거의 두 시간인데 쉼없이 시도되는 변화에 지루함 따위는 끼어들 새가 없다. 드니 라방은 발가락 끝까지도 온전히 배우인 인물. 미친 걸인을 연기하는데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배우의 발걸음을 눈여겨보는데, 홀리모터스에서의 드니 라방은 열 한가지의 서로 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 각각 모두 다른 걸음걸이로 걸었다"는 누군가의 트위터 멘션을 봤는데 정확한 지적이다. 섬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연기. 그냥 그대로 그 인물이 되어버린 것 같은. 이런 배우를 자신의 페르소나로 쓸 수 있는 감독도, 그 감독의 페르소나가 될 수 있었던 배우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환상적인 결과물을 감상하는 관객들 역시도, 말 그대로 황홀감을 느꼈을 대단한 작품이다.
소소한 감상들: 드니 라방은 체구는 작은데 자기만한 여자들을 번쩍번쩍 잘도 들쳐매더라. 그 문제의 심의장면은 잘 이해가 안 됨. 섹스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성기노출일 뿐인데. 오히려 그 장면보다 모션캡쳐 씬이 훨씬 야했다. 한국의 대중매체심의위원회라는 것들은 정말 또라이집단같다. 칼리 미노그가 갑자기 뮤지컬조로 노래할 때 약간 식겁. Let my baby ride는 수십번을 봤지만 여전히 좋았고, 오히려 큰 스크린으로 보니 더욱 좋았다. 나 혼자 콘서트모드로 들썩들썩거림. 연주 중간에 드니 라방이 프랑스어로 뭐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프랑스어를 마드모아젤이랑 무슈밖에 모르는 나는 '1, 2, 3!'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3, 12, 이런!' 뭐 그런 거여서 내 무식에 스스로 놀랐다.
누구 이 영화 보러 가겠다는 사람 있으면 꼽사리껴서 또 보러 가고 싶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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