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31. 01:12
2012년 5월 30일 일상2012. 5. 31. 01:12
수민이 과외를 다시 시작했다. 1년만의 정릉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했다. 거기에, 굳이, 자조적 마조히즘을 더하려 나는 혼자 이상 북카페에 앉아있었다. 의도했던 건 아니었다. 잠깐 빈 시간에 저녁을 먹어야만 했으니까. 근데 생각해보면 굳이 거기로 갈 필요는 없었다. 덕분에 쓸데없이 온 신경이 곤두섰다. 건물 옆 주차장. 빌어먹을 주차장. 왜 그 곳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 많은 날 '당신이 나를' '기다렸던' 장소여서일거다.
수업을 마치고 피로에 거의 마비된 의식으로 버스를 탔다. 목적지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서, 정신을 차렸을 때 버스는 미아삼거리 정류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연습시간에 이미 늦었던 터라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10분 넘게나 그 정류장에 서 있어야 했다. 몇 달 간 나는 그 곳 근처에 가지도 않았었다. 지나쳐가는 것조차 싫었다. 아마 약속에 늦지만 않았다면 그냥 지나쳐 갔을 터였다. 10분은 좀 너무했다. 오늘 하루는 정말 너무했다. 나는 울지도 않았고 분해하지도 않았지만 그 10분 동안의 내 얼굴이 참 미웠을 거라는 건 안다.
몇 주째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부처님 오신 날에 건강한 정신으로 살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지 않았던 게 잘못이었을까. 그저께의 나는 내 자신에게 당당하게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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