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8. 00:24
2012년 4월 17일 일상2012. 4. 18. 00:24
생각해보면 처음, 정말 처음 그 순간부터 우리의 관계맺음은 부정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내가 싫어요?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요? 그럼 왜 그래요? 3분 정도 오롯이 침묵을 지키고 나서야 나는 겨우 바싹 마른 입술을 떼고 내 행동의 이유를 대답할 수 있었다. 꽤 오랫동안 나는 백치같게도 그 상황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었다. 내 생애 가장 폭력적이었던 그 3분에 대해 말이다. 당시의 나는 이것 역시 단순히 연애상대와의 권력관계에서 내가 차지해 온 우위의 연장선일 거라는 오만한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예전의 상대들이 내 오만을 덮어주는 선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던 것뿐인데. 서로의 기분을 말했던 바로 그 다음 날, 그 남자는 기가 막히게도 한 발을 빼려고 들었는데, 그 어이없는 우유부단함 역시 그저 내 '권력'의 달콤함 속에서 아무런 성찰없이 녹아 사라져버렸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아무런 용기가 없었다. 그의 무의식을 채우고 있던 것은 온통 자기방어의 기제뿐이었다. 관계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 오만과 권력욕은 그렇게 오랫동안 내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정으로 시작한 우리의 관계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침묵으로 끝났다. 그렇지 않았으면 더 이상할 정도로 당연한 결말이었다. 그만큼 괴롭고 그만큼 이해못할 일도 사실 아니었다. 인과관계가 너무 분명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깨끗하고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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